Thinking & Issue2007. 10.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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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건설 현황


우리나라에 초고층빌딩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올 때면 내가 늘 상상하게 되는 것이 바로 한옥식 고층빌딩이다. 나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주류가 되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 '지식'으로서 알려져 있는 것과 '일상'으로서 생활에 녹아드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내가 보기에 우리의 전통문화는 '일상'이기 보다는 '지식'에 가깝다.

전통의상만 해도 그렇다. 우리의 한복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명절이 아니고는 길거리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게다가 우리네 젊은이들은 명절에도 한복입기를 그리 내켜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은 어떤가. 중국의 전통의상 '치파오'와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탄생하였고, 전통의상 그 자체로도 젊은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몇년전, 일본여행 중에 불꽃축제를 구경하게 되었는데 불꽃보다는 '유타카'를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더욱 눈에 띄었던 기억이 난다. 부럽고도 질투나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명동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비단 전통의상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생활 속에서 '우리의 것'이라기 보다는 타인으로서의 '조상의 것'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긴 서설의 요는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말하고자함이 아니라, '한옥식 빌딩은 어떤가?'하는 제안을 하고자 함이다.

물론 건축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내가 '한옥 빌딩'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우리나라의 건축설계와 시공은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인정받은 분야다. 이런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의 뛰어난 두뇌를 통해서 여러가지 난점이 드러났기에 아직까지 '한옥 빌딩'을 볼 수 없었던 것일게다.

그러나 최근 한옥 건축물과 관련된 다음의 몇가지의 소식은 '한옥'이라는 전통문화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1. 최초의 한옥 호텔 : 경주 '라궁'

지난 5월 문을 연 '라궁'은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자리잡은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이다. '라궁'을 설계한 조정구 구가건축 대표(42)가 "한옥은 문화재 등 복원사업에 그치지 않고 우리 생활공간을 대체하는,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건축 형식"이라고 강조했다는 한 인터뷰 기사는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드는 말이었다.(마음에 들고 안들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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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궁' 관련기사 :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7&no=572427
※ '라궁' 자료출처 : 신라밀레니엄파크(www.shillamillenniumpark.com)


2.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 : 경주타워

황룡사9층탑의 음각이미지를 지상 17층 높이로 재현한 경주타워는 철골조를 기본으로, 유리와 알루미늄을 사용한 외장재를 통해 현대적 이미지를 연출하였다는 측면에서 '전통'과 '현대'를 잊는 매우 독특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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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타워' 자료출처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식사이트(www.cultureexpo.or.kr)


3. 한옥빌딩 짓는 공법 개발 : 삼한건설

전통의 한옥건축만을 고집해온 박병천 삼한건설 대표(한옥건축 전문가)는 최근 한옥 아파트와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공법을 개발, 특허 및 디지인 출원을 받았다고 한다. 한옥 아파트는 그동안 과다한 시공비와 공법상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삼한건설이 이번에 개발한 한옥아파트는 스틸과 목조를 결합해 고층 축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천연 건축자재로 지어 ‘건강주택’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기술적인 실현가능성은 실현의지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는 차원에서 볼 때, 한옥 빌딩의 건축공법 개발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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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빌딩' 자료출처 : 삼한건설 홈페이지(http://www.samhan-ksh.com/)


4. 첨부내용 - 국내 최초의 현대식 한옥호텔 : 부산 코모도호텔

1979년 개관한 부산의 코모도호텔은 '조선왕궁을 재현한 국내 유일의 한옥건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호텔은 프랑스계의 체인 호텔이며, 한국인이 아닌 호주태생의 'George  Frew'라는 사람이 호텔건물을 디자인했다고 하니 그 의미가 조금은 퇴색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호텔 외관이 조선왕궁을 재현하였다고 하나 중국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실내 디자인은 완전한 서구식이다. (이것이 외국인이 디자인한 한옥건물의 한계인가..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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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모도호텔 자료출처 : 코모도호텔 홈페이지(www.commodore.co.kr)


이 밖에도 국립민속박물관과 전주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이 한옥식으로 지어졌으며, 100여년 전에 지어진 전국 곳곳의 성공회 성당들이 최근 건축물로서의 가치가 재평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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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성당' 자료출처 : 다음카페-베스트 드레서. 글쓴이-jupiter ocean
 

위의 여러가지 사례들은 이미 오래 전에 지어진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새롭게 창조하여 '전통문화'가 곧 '현대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옛것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억지로 꿰어 맞춘듯한 쌩뚱맞음은 오히려 없는만 못하다. 마찬가지로 하늘을 찌르듯 우뚝선 고층빌딩이 '기와'를 모자처럼 눌러쓰고, '단청'으로 곱게 색단장을 한 모습을 상상하면 어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이다. 하지만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여러가지 변신을 꾀한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마천루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한옥 고층빌딩이 수천년뒤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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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보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