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동순 상임위원(차관급)이 한 술자리에서 한 2시간여의 대화내용(2006.11.09)을 담은 CD가 유출되었다. 이 CD는 술자리에 함께 참석한 신현덕 前 경인방송 공동대표에 의해 녹취된 것으로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동순 상임위원은 이 술자리에서
"호남사람들 김정일이가 내려와도 우리동네에는 포 안쏜다고 할 사람들.." "호남사람들 그게 문제야." "노무현이는 목을 조이고.." "(국가)신인도는 떨어뜨리고..뭐, 난 괜찮은 얘기 같은데." "KBS 노조를 잡아야 합니다." "김대중..저거 저짓하고 다니는 것 봐요. 치매걸린 사람이야. 이제..."
등의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으로써 상상할 수도 없는 발언을 입에 담았다. 대한민국의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으로써 '중립'을 지켜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호남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고, 우파 정권획득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한다는 식의 막말을 내뱉은 강동순 상임위원의 태도는 우파세력의 사상과 실체를 짐작케 한다.
강동순 방송위 상임위원과 한나라당측은 논란이 된 이번 녹취록에 대해서 녹취내용에 대해서는 외면한 체, 녹취방법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다는 딴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 녹취록은 제3자가 도청의 형식으로 녹음한 것이 아니라 대화내용에 참여한 '동행'에 의해서 녹음된 것이므로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한다.
본 블로거는 개인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중도적 우파'라고 생각해 왔으나 '우파'의 정확한 실체를 모른체 막연하게 중도적 우파를 자청해 온 것에 대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이를 반성하고 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좌파'의 의미도 그만큼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것일 수 있다.)
온라인에서 120만명이 넘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이 이루어졌고, 수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하는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비록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문제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증폭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 보수세력, 우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의 논란에 이목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방송위원회
우리나라의 모든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사업의 허가권과 허가 취소권, 방송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권력기관이다. 9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임위원은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까지 보장하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덧붙이는 말 >
위 영상은 2007년 12월 방영된 MBC의 '뉴스후' 프로그램의 일부이다. 논란이 된 '강동순 녹취록'에는 대선시기에 맞춰 박정희 드라마를 제작하자는 발언도 포함되었었다고 한다. 공정성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태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녹취록 파문으로 강동순 방송위 상임위원에 대한 사퇴요구가 거세졌지만 강동순씨는 이임식이 치러지는 날까지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새정부가 들어선 현재, (구)방송위원회와 (구)통신위원회가 통합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새로운 조직도가 짜여진 상태이다. 그러나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 위원장'의 인선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에서부터 정치부 차장, 부장, 논설위원까지 지낸 골수 보수세력이며,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방통위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다음은 '문화연대'에서 지난 3월 13일 발표한 성명서이다.
[성명]방송통신위원회 인선,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내용을 갖춰라!
: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선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연일 방송통신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내정 된 최시중씨의 자격과 도덕성논란이 뜨겁다. 지난 3월 10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를 오는 17일 실시하기로 잠정합의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논쟁은 이제 시작된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것은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서 사퇴시키는 것으로 논란이 사그라지지만은 않을 것임을 의미하며 지금 상태라면 ‘제2의 최시중’, ‘제3의 최시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음을 뜻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에 의하면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하고 운영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은 5인의 위원 중 2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중 1인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나머지 위원 3인은 국회에서 추천하되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 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들이 2인을 추천한다고 되어 있다. 과연 이 상태에서 운영의 독립성이 보장될 것인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우리는 지난날 방송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문화연대에서는 3기 방송위원 선임을 앞두고 방송정책의 중대한 책임을 지는 방송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정부와 국회에 방송위원의 과제와 정체성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구성된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에 큰 위협을 예고하고 있는 한미FTA 사안에 대해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결국에는 한나라당에서 추천했던 방송위원회 위원이었던 강동순씨는 대선시기에 맞춰 박정희드라마를 제작하자는 발언이 오간 술자리 녹취파문으로 인해 지탄의 대상이 됐었다. 물론 사퇴요구가 거셌지만 강동순씨는 이임식이 치러지는 날까지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방송위원회는 '행정부로써의 독립된 기구'와 '합의제'로 운영됐지만 위원 인선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뤄져 많은 문제들을 양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는 어디까지나 독립된 기구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통령직속제에서는 어떻게 정치적 독립성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 독립해야한다고 말하는 입에서 어떻게 대통령추천 2인,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 1인, 야당 2인이라는 구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문제의 본질을 보자.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최시중씨의 사퇴가 근본적 문제해결은 아니다. 이명박대통령은 최시중씨를 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왜 최시중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이명박대통령이 애초에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염두하고 내정한 것이 아니었기에 할 말이 없었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정치권의 자리 나눠갖기의 표본이 아니고 무엇이라 설명이 가능할 것인가. 이에 통합민주당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야당의 몫인 2인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공정 선정 절차 마련',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추천위원회 구성'을 원칙으로 언론단체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조직개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직속제로 하는 데에 정치적 야합이었다는 부분에 대해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고 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서 논의지점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방송위원회의 전철을 생각해보면 통합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다.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에서 만약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선이 대통령과 국회에 있기에 최시중씨이건 누구이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서 그리고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이 같은 안이한 생각은 오만과 독선일 뿐이다. 최시중씨는 자격과 도덕성에서 이미 부적격 인사임이 드러났고, 통합민주당에서는 외부인사를 영입한 추천위원회를 통한 선정 절차 마련을 들고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이명박대통령은 최시중씨를 고집하고 한나라당에서는 정당에 모든 인선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아집으로밖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논리속에서 어떠한 인사를 추천해도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결국 본질은 누가 어떤 사람을 어떤 절차를 밟아 추천하고 결정하는가에 있으며 그 누구는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끊임없이 지키고자 했던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다시 선택권은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이야기해왔고, 언론의 공공성을 주장했던 이들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최시중씨를 자진 사퇴시키고 방송통신위원의 인선과 관련해 독단이 아닌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내용을 갖춰라. 이런 결정이 없다면 국민들은 그 어떤 누구라도 방송통신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