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L을 사용 중이던 나로서는 항상 인터넷 속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레 광랜 상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광랜 상품 가입 당시, 내가 거주하고 있는 관악구 신림동(일반주택)에는 LG파워콤의 'XPEED 프라임'과 하나로텔레콤의 '주택 광랜'만이 설치 가능한 상태였다.(현재는 KT메가패스의 'FTTH' 상품도 설치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빠른 속도를 원했기 때문에 하나포스의 '주택 광랜' 상품을 신청하여 설치하였다.
광랜상품에 가입하면서 말 그대로 '빛처럼 빠른 속도'를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신문 광고에서 보았던 '700MB 짜리 영화 한편을 1분 안에 다운 받을 수 있다'는 광고문구를 떠올리며 살짝 기대해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졌고, 이전에 사용하던 ADSL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못한 속도를 보면서 사기 당했다는 기분마저 느끼게 되었다. 개통 당일에 그나마 빠르다고 느꼈던 인터넷 속도는 마치 최저속도 신기록 경쟁이라도 하듯 나날이 하향곡선을 그렸고, 이에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서비스 장애 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아래는 서비스 장애 신고를 하기 전까지의 인터넷 속도 측정 결과이다. 인터넷 속도는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인터넷 품질테스트'사이트인 "http://speed.nia.or.kr/"에서 측정하였으며, 참고로 하나로텔레콤 측에서는 자사의 인터넷 상품은 "http://myspeed.hanaro.com" 사이트를 이용해야 정확한 인터넷 속도 측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림 2 - 인터넷 품질 측정 결과>
<그림 3 - 테스트 결과 상세보기>
시장의 독과점이 가져오는 폐단에 대해서 배웠던 지식을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쯤되면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남의 얘기도 아니고 내 자신의 일이지 않은가. 아뭏든 더이상 좌시할 수 없어 서비스 장애 신고를 위해 106번으로 전화를 걸었다. "항상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이라는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인사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내가 순진한 걸까? 수화기를 귀에 대고 정말이지 뭔가 속시원히 해결해 줄 대안책이 나오기를 기대했으나 이 역시 낭패였다. 상담내용인 즉, 신림동쪽은 고시원과 원룸 등이 많아서 다른 지역보다 대체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답변이었다. 신규회원 가입을 위해 조금이라도 100Mbps 광랜 상품이 적용가능한 지역을 확장시키는 일에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존의 서비스 지역은 나몰라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속도 안나오는 지역에 사는 네 탓이지 우리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인터넷 속도 측정을 한 결과를 말해주며, 조목조목 따지고 들자 기사에게 A/S를 요청해 준단다. 그래서 A/S 이 후에도 계속 속도가 느리면 어떻게되는것인지 되물었더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선증설작업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허망한 답변이 돌아왔다. '더럽고 치사해서 사용 안하고 해지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1년이라는 약정기간과 이미 덥석 받아버린 가입사은품(ㅡ..ㅡ;;) 때문에 끓어오르는 분통을 혼자서 삭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비스 장애 상담 이후에도 속도 저하 문제가 지속되자 다시 106으로 전화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담원도 '주택 광랜' 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30~40Mbps의 속도가 나와야 정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지역센터와 연결하여 A/S 기사를 보내주겠다고 답변하였다. 100Mbps 광랜 상품에 가입했으면서 속도가 30~40Mbps만 나와도 감지덕지인 이 상황이 황당하기만 하다.
업로드 속도가 2Mbps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도 항의하였으나, '주택 광랜' 상품 자체가 다운/업 비대칭 상품이고 업로드 속도를 높게 설정해주었을 때에 다른 사용자의 다운로드 속도가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말을 듣고 업로드 속도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해 버렸다. 다운로드 속도가 4Mbps 나오는 이 마당에 업로드 속도를 높게 설정해서 이 보다 더 낮은 다운로드 속도가 나올 수 있다는데 무얼 더 바라겠는가. 하나로텔레콤 사측에 광랜 상품을 이용하면서 '포기할 줄 아는 미덕'을 배우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의 편지라도 써야하는 건지 고민이다.
앞으로는 광랜 상품을 소개함에 있어서 '빛 광'자를 쓴 광랜(光랜)이라고 하기보다는 '미칠 광'자를 쓴 광랜(狂랜)으로 상품명을 변경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광랜(狂랜)이란 이름에는 두가지 심정이 담겨있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심정과 '너무 빨라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이 바로 그것이다. 사측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