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 Punk를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라는 곡을 모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듯 싶다.
Daft Punk 는 공식적으로는 1994년부터 활동해온 장수 뮤지션이지만 미국 빌보드챠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에서는 그닥 크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최신 힙합 트랜드의 선두주자인 Kanye West 가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샘플링한 "Stronger"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얻어 어부지리 격으로 Daft Punk 라는 그룹이 유명세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2008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Kanye West 의 "Stronger" 공연에서 Daft Punk가 깜짝출연하여 관객의 갈채를 받았었다.)
물론, 이미 Daft Punk의 음악을 접하고 그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팬들이라면 'Daft Punk가 왜 유명하지 않다고 하는가?!'라는 항의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주아주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대중적인 시각으로 판단했을 때 역시 Daft Punk 라는 그룹은 국내에서 주류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에는 다소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최근 국내의 신용카드 광고에 삽입된 CM곡과 Daft Punk의 곡이 유사하다는 표절시비가 온라인상에서 거론되면서 Daft Punk의 음악이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아래의 동영상이 표절논란의 진상을 노골적으로 비교하고 있으니 꼭 보시라!)
Daft Punk는 Thomas Bangalter와 Guy-Manuel de Homem-Christo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보기 프랑스 국적의 밴드이다. 둘은 1992년 밴드를 결성하여 1994년 첫 싱글을 발매,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Daft Punk는 초장기 프랑스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대상으로 House/Dance 음악 라이브로 연주하는 밴드였으나 점차 Electronic/Techno 밴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음악적 카테고리의 경계가 모호해진 작금의 상황에서 Daft Punk의 음악은 Electronic-Techno/Hiphop-House 를 아우르고 있다.
(※ House, Trance, Techno 등은 엄격하게 따지면 각기 다른 영역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장르라 할 수 있지만 포괄적으로 보면 Electronic 음악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의 Electronic/Techno 음악은 666의 "Amok"나 이정현의 "와","바꿔" 정도로 떠올려지기 쉽다. 게다가 이런 Electronic/Techno 는 한때 나이트클럽을 휩쓸었던 '유행' 타는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Daft Punk는 물론이고 Bjork, Benny Benassi 등의 대형 뮤지션들이 Elctronic 음악을 전문으로 취급(?)하며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태진아가 트로트 음악을 추구하듯이 해외 유수의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고유 장르로 Electronic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이 돌고 돌듯 다시 Electronic의 바람이 부는 것인지, 아니면 Daft Punk와 같이 고유의 장르로서 추구되어지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최근 국내에서도 Electronic 음악을 종종 만날 수 있게 되었다. Lexy의 "하늘위로"를 필두로해서 빅뱅의 "거짓말"이나 "마지막 인사", "HowGee" 등이 Electronic의 분위기를 띄고 있으며, 요즘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쥬얼리의 "One More Time"도 Electronic의 범주에 넣을 만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쥬얼리의 "One More Time"은 이태리의 In-Grid라는 여가수가 부른 "One More Time"이 원곡이다.) 이현도가 프로듀스하고 싸이가 피쳐링한 디베이스(D-Base)의 "Somebody"라는 곡도 Electronic 이다.
국내에서 특정 뮤지션이 Electronic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아직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YG 패밀리의 작곡가인 '용감한 형제'가 Hiphop 비트를 바탕으로 하는 Electronic 음악을 다룬다고 볼 수 있겠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국내 음악씬에서의 해외음악은 미국적 분위기와 색채가 너무 짙다고 할 수 있다. 규모와 역사, 구조(체계)적인 면에서 미국음악 시장이 곧 세계음악 시장임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음악은 의외로 보수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웃나라 영국의 음악(British Pop)도 미국에서는 찬밥 신세가 되기 쉽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유명한 Electronic 뮤지션들이 미국보다 유럽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음은 꽤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Hiphop, R&B, Country, Rock 등으로 온통 뒤덮힌 미국 음악씬과 미국의 음악을 세계의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내 음악씬의 관계는 국내 음악씬의 다양성과 발전적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으로 세계 각국의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국내 음악은 미국 음악의 식민지로 전락해 버렸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박명수가 "유로댄스" 운운하고, 이정현이 "테크노"를 불러 제끼며, 보아가 "J-Pop"을 점렴하는 것은 어쩌면 미국음악으로부터의 해방이며 국내음악의 축복일런지도 모른다.
너무 극단적이지 않느냐고? 글쎄다. 국내 인기가요 상위권에 랭크된 곡들을 한번 살펴보시라. 미국 국적의 Hiphop, R&B, Rock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라. 외국물 먹은 뮤지션들 중에서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음악공부를 한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 문화적 사대주의, 문화식민지라는 말은 먼 얘기가 아니다.
Daft Punk와 Electronic 얘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너무 멀리 빠져버렸다. ㅋ ㅡ..ㅡ;;
아뭏든 Daft Punk의 음악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적 색체로 부터 자유로운, 그리고 주류음악의 범주에 추가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꽤나 매력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뭐, 굳이 문화적 다양성이니 새로운 주류음악의 태동이니 하며 거창하게 보지 않더라도 Daft Punk는 듣는이로 하여금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중동성있는 음악을 선사해준다.
Daft Punk의 음악을 좋아하는 한명의 팬으로써 그들의 음악을 버젓이 표절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텔레비전 광고로 방송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Daft Punk가 국내에서 크게 유명해지면 이런 작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리고 일본에서는 몇차례 콘서트를 열었으면서도 우리나라에는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안타까움을 떨쳐버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부디 Daft Punk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불어 어서 빨리 통일이 되기를...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말인데 내수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구가 1억명정도 되어야 한단다. 남북통일이 되면 대략 1억에 가까운 인구가 조성된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1억이 되면 헐리웃 스타의 방한이나 유명한 팝스타의 내한공연 등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 질게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