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Fashion2008. 12. 2. 09:00

청룡영화제의 볼거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자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차림이다. 고전적인 느낌의 한복이나 노출이 심한 미니 드레스, 우아함을 뽐내는 롱드레스를 넘나드는 여배우들의 다양한 패션은 언제나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남자배우들의 수트차림도 여배우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레드카펫과 포토존, 시상대에서 볼 수 있는 남자 스타들의 멋진 모습은 스크린에서와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들이 시상식장에서의 남자 스타들이 차려입는 값비싼 수트를 입어볼 기회는 별로 없겠지만 각각의 스타일링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차림새는 어떤 것일까 한번 생각해보면서 패션센스를 키워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대한민국에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있다. 이정재는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근육의 소유자이다. 오래된 근육이라고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를 떠올리면 안된다. 자고로 근육이란 오래 다듬어질 수록 그 성능이 뛰어나기 마련이니까. 차인표나 권상우가 근육질 몸매로 스타덤 급행열차를 타기 전부터 이정재의 근육은 말 없이 고현정을 지키고 있었다. 말 없는 이정재의 캐릭터(모래시계)만큼이나 이정재의 근육도 울퉁불퉁 험상궂은 모습을 하기 보다는 슬림하지만 여러번 담금질을 한 것처럼 잘 다져진 느낌이 강하다.

이정재가 턱시도를 입은 모습에서 그의 근육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그의 어깨와 가슴, 팔과 배에 소리 없이 자리잡은 근육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몸매가 옷의 태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새삼 이정재로부터 증명된다. 그저 마르기만 한 몸매는 절대 저런 느낌을 주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노멀한 디자인의 수트에 옷깃부분에 광택이 나는 소재를 덧대어 트랜디한 느낌을 주었고, 블랙포인트 버튼 셔츠로 깔끔함을 더했다. 말끔하게 면도하고 윤기가 흐를 정도로 잘 가꾸어진 그의 얼굴도 깔끔한 차림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머리 끝부터 말끝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차림이었지만 다만 한가지 정면샷에서 보타이가 너무 크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도 이정재의 얼굴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이므로 패스.


셔츠의 단추를 끝까지 잠그고, 타이를 맨 송강호의 모습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시상식장과 같은 드레시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그의 연기처럼 송강호의 옷차림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번 청룡영화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다 일어난 듯 부시시하게 연출한 머리와 보타이용 셔츠를 버튼오프한 체로 입은 모습에서 '송강호 다운 자유로움' 모습을 느꼈다면 송강호 스타일리스트의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지만 '그저 편한 모습으로 나왔을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제 멋대로의 인간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다.

사실 송강호의 스타일링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냥 '막' 입고나온 차림은 절대 아니다. 부시시한 머리는 자칫 날카롭고 예민해 보일 수 있는 송강호의 이목구비에 바람에 휘날린 듯한 헤어스타일링 연출을 더하여 아티스트적인 느낌으로 교묘히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있다. 깔끔한 블랙수트도 송강호의 체형과 최신 트랜드를 모두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단,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보타이용 셔츠를 풀어헤친 모습이 그다지 스타일리쉬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평소에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류승범이 보타이용 셔츠를 풀어헤치고 레드카펫에 나타났다면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스타일링이라고 박수를 쳐 줄 테지만 송강호의 이미지는 사실 그냥 '아저씨'일 뿐이지 않는가. 포켓 행커칩을 단정히 가슴에 꽂아줄 여유가 있었다면 왜 타이를 매지 않았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송강호는 중년여배우 김해숙을 레드카펫과 포토존에서 에스코트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배우를 대동하는 남자로서의 자세로는 다소 부족한 차림이 아니었나 싶다.

가끔은 헤어젤을 듬뿍 발라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보타이를 깔끔하게 동여맨 턱시도 차림의 송강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레드카펫이 아니어도 그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자유로운 연기자임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말이다.



송강호 얘기가 나왔으니 김윤석도 짚고 넘어가자. 본인과 그의 열혈팬들은 부인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윤석을 두고 '포스트 송강호'라 지칭하고 있음에는 큰 이견이 없을 듯 싶다. 본 블로거만의 사견이 아니냐고 딴지를 건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어찌됐던 개인적으로는 김윤석에게 송강호와 오버랩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느꼈다.

시상식장의 모습에서도 김윤석은 송강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차림이었다. 자연스럽게 세팅된(거의 손대지 않은 듯한) 헤어스타일과 블랙수트, 단추 두개를 열어둔 셔츠까지... 경직되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을 강조하는 듯한 차림새가 송강호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했다.

하지만 같은 듯 다른 모습도 찾을 수 있었다. 흔히 블랙과 화이트를 매치해서 스타일링하는 이유는 블랙컬러가 주는 세련되고 간결한 느낌을 화이트컬러가 돋보이게 해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화이트의 깨끗하고 화사한 느낌을 블랙을 통해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Black & White가 수백년이 지나도 유행의 흐름에서 낙오되지 않았던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그만큼 블랙 앤 화이트 매치가 무난한 스타일링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윤석은 블랙 앤 화이트가 가져다 주는 안전(?)한 스타일링을 떨치고 올블랙을 선택했다. 올블랙도 모나지 않은 컬러 코디네이션의 방법 중 하나이지만 블랙 앤 화이트가 주는 그것과는 엄연히 다른 이미지를 가진다. 올블랙은 화이트의 산뜻함과 깔끔한 느낌을 포기하는 대신 블랙의 무게감과 하나의 컬러로 통일된 일관성을 통해서 신중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모델 자체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 또한 가지고 있다.

아직은 충무로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김윤석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적절한 스타일링이었다고 한다면 비약일까? 나이로 보나 외모적으로 보나 딱히 내세울 점이 없는 김윤석이 남들과 똑같이 화이트셔츠와 보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면 과연 대중들의 뇌세포를 자극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라. 아뭏든 김윤석의 올블랙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김윤석도 추격자의 히로인 서영희와 포토존에 함께 올랐는데 송강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타이까지 맨 정식 수트차림이어야 레이디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이겠지만 김윤석의 올블랙에 타이까지 블랙이었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과 동반하는 여배우의 드레스 컬러를 배려한 포켓 행커칩을 감안하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스타일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올블랙 수트에 블랙타이가 뭐가 어떠냐고? 마침 김주혁이 그렇게 입고 나왔으니 살펴보자. 미리 말해두건데 블랙 수트, 블랙 셔츠, 블랙 타이를 함께 매칭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델의 특징과 연출하고자 하는 분위기 등에 따라 스타일링이 달라져야 하며, 올블랙 역시 여러가지 고려사항을 염두해 두고 신중하게 선택되어져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주혁은 대한민국 평균남성 정도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훤칠한 키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육체파(?) 배우는 절대 아니다. 게다가 갸름한 얼굴윤곽, 섬세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 자칫 왜소해 보일 수 있는 마스크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블랙 역시 모델을 작고,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를 가진 컬러이다. 김주혁이 선택한 올블랙은 자신의 신체적인 특징과 미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그를 볼 품 없고, 소심해 보이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점에 대한 평가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김주혁의 올블랙은 큰 점수를 받을만한 스타일링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올블랙을 적절하게 소화한 경우는 어떤 것일까? 주지훈이 바로 그 예다. 주지훈은 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고, 패션감각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궁'에서의 귀공자 이미지가 그의 패션에 럭셔리한 느낌을 가미해 주고 있다. 어떠한 스타일링도 잘 소화할 수 있으며 좋게 내비쳐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상태가 바로 주지훈이다.

이런 좋은 여건에서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올블랙을 선택했기에 주지훈의 올블랙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김주혁과) 같은 올블랙 차림이었다 할 지라도 주지훈은 적절한 농도 조절과 아이템 사용을 통해서 답답하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다크그레이 셔츠와 브라운 가죽 벨트, 테두리에 화이트로 포인트를 준 포켓 행커칩까지... 블랙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에 단조롭고 답답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칫 뚱뚱해 보일 수 있는 베스트(조끼)는 늘씬한 주지훈이 입었기 때문에 슬림한 느낌을 방해하지 않고, 온전히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시상식장에서의 격식 차린 스타일링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패션감각을 뽐내고 있으며, 젊고 패기 있는 느낌을 캐주얼한 스타일링과 적절하게 혼합하여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승화시켰다고 평하고 싶다. (뭘 입은들 안 멋있겠냐만은.... ㅡㅡ;;)



이번 청룡영화제에는 축하공연을 위해 참석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시아준수가 김수미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개인적인 호감도는 접어두고 냉정하게 스타일링만을 평가한다면 유노윤호와 시아준수는 꽤 점수차가 크다.

유노윤호는 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매에 최적화된 롱수트 턱시도를 입고 등장했다. 광택이 나는 소재와 더블 포켓으로 트랜디한 느낌을 강조한 롱수트가 인상적이었는데, 롱수트는 키가 큰 사람이 입었을 때에 한해서 큰 키를 더욱 길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유노윤호의 사진을 보면서 눈에 띄는 신체적인 특징이 두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한가지가 긴 목이었고 다른 한가지가 넓은 가슴이었다. 사슴같이 긴 목이 더이상 여성의 매력만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줄 만큼 유노윤호의 긴 목은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사실 유노윤호의 육감적인 목은 사슴보다는 말의 목에 가깝다.) 거기에 넓고 탄탄해보이는 가슴이 안정감 있게 자리잡고 있었으니 실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긴 목과 넓은 가슴은 유노윤호의 스타일링이 잘 살아나게 뒷받침해 주는 도구이기도 했고, 그의 스타일링을 통해서 더욱 그 가치가 빛나게 되는 모델이기도 했다. 짧은 목을 가진 나로서는 그의 목을 보고서 흡혈귀의 갈증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OTL

시아준수는 우선 헤어스타일부터가 안습이다. 대한민국의 아이돌(특히 SM)은 왜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시아준수의 헤어스타일은 이도저도 아닌 것이 그의 삐딱한 미소만큼이나 비대칭적이어서 촌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수트의 상하의가 서로 다른 소재로 만들어진 경우, 상하의의 소재는 매우 중요한 고려대상이 된다. 시아준수의 하의는 연하게 광택이 나는 소재였는데, 상의가 벨벳 소재였다면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노멀한 무광택의 투버튼 자켓이었다. 결국 언발란스한 매칭이었던 셈. 그리고 상의가 좀 타이트하다는 느낌, 혹은 좀 짧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로 사이즈가 시아준수의 신체사이즈보다 작았을 수도 있을 테지만, 결정적으로 투버튼 자켓의 단추를 두개다 잠그고 있었기 때문에 상의가 작다는 느낌을 준다고 판단된다.

수트를 입는 법이 UN 성명서에 공식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유머다. 웃어라.) 법에도 명문화되지 않은 관습법이라는 것이 있듯이 수트를 입는 법에도 문자화되지 않은 통례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수트의 단추가 한개이건 세개이건 상관 없이 잠글 경우에는 하나만 잠그라는 것이다. 시아준수는 이를 무시하고 두개를 다 잠그는 오류를 범했다. 그의 스타일링이 실패작이었다고 스타일리스트를 나무라는 일이 없기를... 자신도 한 몫 한 셈이니 말이다.




이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시상식을 찾은 스타들의 사진을 이리저리 찾다가 발견한 사실은 이병헌의 사진이 어떤 스타들의 사진보다도 훨씬 많다는 점이다. 각종 신문사에서 청룡영화제 관련기사를 내보낼 때에는 이병헌의 사진이 약방의 감초처럼 꼭 포함되어 있었다. 한류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헐리웃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떠도는 시점에서 그의 이름이 갖는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환한 '미소'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자극제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병헌쯤 되는 스타라면 시상식장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레드카펫을 빠르게 지나가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충 넘겨버리고, 시상식장 내의 좌석에서도 다른 시상자의 시상장면이나 공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등 진상을 피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리고 실제로 청룡영화제에서의 레드카펫과 포토존에서는 대형스타들의 환한 웃음과 서비스용 포즈를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병헌은 시종일관 특유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스타일링 분석을 하다말고 왠 미소 이야기냐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붙잡고 호감을 사기 위해서 적절한 스타일링은 매우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표정'은 그 어떤 스타일링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도구이다. 대형스타 이병헌이 자신의 카메라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느 누가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병헌의 스타일링을 평하건데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코디네이션이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미소'가 가장 훌륭한 스타일링 아이템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혹자는 그 미소가 '가식'과 '연기'일 뿐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글이 너무 길어진 관계로 나머지 스타들의 스타일링 분석은 다음 기회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



Posted by 일보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