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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 Issue2008. 5. 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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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사형제도'에 대해서 찬성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

이 질문은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제도적' 딜레마이며, 아직까지 설왕설래하며 존폐의 논의가 끊이지 않는 '현재진행형' 이슈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사형제도를 반대한다.

하지만 사형제도를 반대한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죽어 마땅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단지 국가가 강제하는 형벌제도로써의 사형제도에는 무시할 수 없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형제도는 어찌보면 지극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사형제도 존폐논란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는 두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 사형제가 형벌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법을 위반 했을 때에 가해지는 강제적 제재로서의 형벌(形罰)에는 예고적 기능, 응보적 기능, 보안적 기능, 예방적 기능이 있다. (여기에 교화적 기능이 보태어 질 수 있으나 응보적 기능의 본질에는 속죄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교화적 기능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형벌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사형제도'가 앞서 언급한 4가지 형벌의 기능을 제대로 가지고 있을까? 위의 4가지 기능은 사회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촛점을 돌려 수형자 입장에서의 형벌의 기능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응보적 기능'에 있다. 응보적 기능에서 말하는 '응보'는 규범적 응보에서의 그것과는 달리 보복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며, 피해자 또는 그 친지, 나아가 사회일반의 응보감정을 완화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범죄에 대한 '복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언뜻 보기에 '연쇄살인, 유아납치, 친족살해 등의 범죄를 저지를 범인은 사형당해도 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특정범죄에 대한 복수로써 범죄자를 살인(사형)하는 것이 법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다는 것은 도덕적 규범에 의한 판단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범죄자에 의해 귀가 잘린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다른 사람의 귀를 자르는 것을 범죄로 인정하면서도 범죄자의 귀를 똑같이 자르는 것을 형벌로 정해놓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신체를 손상'시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형제의 논리는 살인에 대한 응보적 기능으로써 범죄자를 살인한다는 것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수형자의 범죄 대부분이 살인이므로 이에 한정하기로 하자.) 물론, 모든 살인범이 사형선고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사형이 가능한 법제도 안에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법리가 적용된다. 결국, 사형제가 시행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귀가 잘린 사람이 가해자의 귀를 자르도록 법에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극단적인 논리라고? 말도 안되는 괘변이라고?

살인범을 사형시키는 것은 가능하고, 손가락 자른 범인의 손가락 자르는 것은 안되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면 강요하지는 않겠다. 다음 논제로 Pass !

형벌의 응보적 기능에는 수형자의 속죄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형벌을 가함에 있어서 수형자를 교화/갱생시키는 기능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형도 형벌의 하나임이 분명한데, 교화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수형자가 속죄하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 없음을 뜻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고 늬우치는 것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려면 반성과 후회로 부터 새로운 자신을 찾아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사형제도는 수형자가 속죄하거나 하지 않거나 상관 없이 그의 목숨을 앗아간다. 형벌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사형제는 0.001%라도 존재할지 모르는 교화/갱생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몰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희대의 살인마가 적절한 수형과정을 거쳐서 개과천선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장발장의 미화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의 모든 것을 확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사형제의 형벌로써의 기능에 대해 다루었다. 위의 내용으로도 아직까지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지 못 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폐지론자의 입장에서 제시한 논거일 뿐,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호소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필살기를 상대하시라. 다음 논거로 Pass !


- 법제도의 오류나 판결에서의 오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가?

'데이비드 게일'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큰 줄거리는 사형제도의 헛점에 대한 내용이다.

법은 신이 내려주신 것이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인 완벽성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국내에서 적용되는 모든 법의 기본이 되는 국가 최상위 법인 '헌법'에 적절치 못한 조항이 있어 이를 9차례나 개정한 선례가 있으며, 현재에도 헌법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시기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갖가지 종류의 법이 여러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매년 수정/삭제되고 있다.

범죄를 증명하거나 판단하는 기준도 법과 마찬가지고 시대에 따라서 변화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사기법이 진화되고 으를 바탕으로 범죄를 증명하는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재판과정에서 범죄와 형을 판단하는 기준도 여러가지 변화에 발맞추어 수정/추가/삭제되기도 한다.

결국, 사형제도 이면에는 항시 완벽하지 못한 근거와 기준, 판단에 의한 오심/오판이 가능하다.

그렇게 치자면 법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니 모조리 폐지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일견 타당하지만 사형제도는 집행 후에 되돌리거나 보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법과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완벽성이 보장되지 않은 법이라도 그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법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형벌도 마찬가지다. 형벌의 내용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면 범죄에 대한 형벌로써 예외없이 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범죄의 내용이나 형벌의 종류, 양을 확정함에 있어서 잘못된 근거나 기준, 판단이 개입되었다면 이를 인정하고 정정해 줄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되어야 한다. 사형제도는 이러한 오류의 정정 및 보상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이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죄 없는 사람이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거의 0%일뿐 완벽한 0%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 둔 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상상해보라.

잘못된 근거나 기준, 판단에 오심/오판은 수사-재판의 절차상의 문제이지 사형제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이 역시 일부 옳은 주장이지만 잘못된 근거나 기준, 판단에 의한 결과. 즉, 사형선고 후의 사망이 문제시 되는 것이므로 사형제의 폐지만이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자, 할 말은 다 했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아직도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하는가? 아니면 찬성하는가?


리나라에서는 재판에서 실제로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사형집행이 말그대로 '집행'되는 경우 또한 극히 드물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도가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각 주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사형제가 완전히 폐지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집행되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분명 존재하는 것과 완전히 폐지되는 것에는 상징적인 의미에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제도적 차원에서 더 나아가 국가규범이 사형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가치관적 차원에서 그 의미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가능성(교화의 가능성, 오심의 가능성) 하나만을 위해 커다란 제도적 장치를 포기하는 것이 법효율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태껏 사회가 진화해온 방향과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한다면 사형제도의 폐지는 법이라는 강제적 틀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말

글을 다 쓴 뒤에 다시 한번 읽고 생각해 봤다.
내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그 범인이 밝혀졌다면....
당연히 사형되기를 바랄 것이다.
아니, 육시를 해도 시원치 않을런지도...

그렇지만
사형제는 감정적인 복수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범죄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이 없다거나
여전히 폐지론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거나
실제 겪어보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것일 뿐이라는 반박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사형제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글의 논거나 글의 흐름이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에 효과적이지 못함을 인정한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링크하는 것으로 답답함을 대신한다.

"그럼에도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블로그명 : Hara's Lab
"사형제 폐지를 지지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명 : 속살 붉은 겨울꽃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명 : 모닝커피가 있는 옛날 다방
"사형제는 이래서 반대다." 네이버 블로그명 : marine720041님의 블로그

Posted by 일보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