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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9 '된장남'이 없는 이유
Thinking & Issue2007. 11. 19. 00:06
'된장녀'는 있고 '된장남'은 없다. 왜일까?

'된장녀'라는 신조어에는 여러가지 뜻이 담겨있을 테지만
편의상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경제관념 없는 여성"이라고 해두자.
(관련글 : 된장녀들이 밥보다 비싼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

애초에 나는 남들이 어떤 밥을 먹고 무슨 커피를 마시는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비아냥거리는 사회현상에 대해서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된장녀'라는 말이 '스타벅스'와 오버랩되어 떠올려진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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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다.
커피는 고등학교 때 어이없는 경험을 한 후로는 마시지 않는다.
아예 입에 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커피숍을 가도 커피류의 음료는 주문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여성이 남성보다 사치에 대한 욕구가 조금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하는 척 할뿐, 실제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된장녀'를 두고 손가락질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건이다. ㅎㅎ

그렇지만 나는 '된장녀'를 비난한 적도 없으며, '된장녀'라는 말 자체도 억지스럽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돈보다 남자들이 술집에서 술 마시는 돈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여성:남성', '커피:술'의 단순 수치 비교를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비싼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근검절약이 절대적 미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다.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국수주의적' 사고방식도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버렸다.
이런 마당에 '된장녀' 타령이라니...

그러나 내가 '된장녀'를 인정하건 하지 않건 간에, 혹은 '된장녀'를 비난하건 하지 않건 간에 상관 없이
'된장녀'가 하나의 사회이슈로 부각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된장남'이라는 말은 왜 생겨나지 않는 것일까?
'된장녀'는 있고 '된장남'이 없음은 결국 '여'와 '남'이 다름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놓고 나니 몇가지 키워드가 머리속에 떠오른다.
'사치, 경제관념이 바로 서다, 수다, 과시욕, 남의 시선, 라이프스타일, 술/담배, 소비계급, 취향...'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려진 결론은 '된장녀'가 '남'과 '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된장녀' 현상은 돈을 내고 구입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이 서로 다름에 있다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된장녀'가 밥값보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커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된장녀'가 커피를 구입하면서 지불한 돈에는
커피의 '브랜드', 브랜드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장소-시간-만족감 등의 '커피 외적인 요소'들에 대한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된장녀'란 단어를 재정의하자면,
커피의 물질적 가치와 더불어 그 이외의 무형적 가치에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갑자기 ipod 이 떠오른다.
ipod과 비교했을 때 기능적 측면에서 전혀 뒤떨어짐이 없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수많은 제품들이 있음에도
ipod이라는 특정제품을 구입하는 까닭은 ipod의 기능성 외에도
ipod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와 디자인, ipod을 소유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만족감, 우월감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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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된장녀 VS 된장남'의 대결구도는 없다.
'된장녀 VS 비된장녀'만 있을 뿐이다.
'된장녀' 논란은 어떤 상품을 구입함에 있어서
충분히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의 기준이 다르므로 평가도 나뉜다.

취향의 문제.
이것이 '비된장녀'는 있고 '된장남'은 없는 이유다.


Posted by 일보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