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07. 11. 13. 21:07
이제는 고개를 돌릴 때

어제(11월 12일) 블로거뉴스 방송/연예 섹션에서 베스트 1위로 선정된 포스트의 제목이 인상 깊었다. '목포 촌놈은 <원스> 볼 권리도 없나?' 라는 제목(원래는 '촌놈은 영화 볼 권리도 없나?'였다.)의 글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에는 개봉관을 찾을 수 없는 비주류(?) 영화를 보고싶어하는 K군(가상의 인물이란다.ㅋ)의 애환을 표현한 글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원스'라는 영화만 봐도 현재 한국영화의 블럭버스터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버려야한다고 생각한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만이 성공한 영화인가? 300만 이상의 관객이 동원되야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는다는데, 그렇다면 손익분기점이 낮은 저예산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10만이든 20만이든.... 적은 인원이 선호하는 영화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걸까?

위의 '촌놈은 영화 볼 권리도 없나?'를 쓰신 'PD the ripper'님께서 글 후반부에 덧붙인 말로 '영화=상품=돈'이라는 인식에 대한 지적을 하셨는데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상품이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영화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문화이기도 하고,예술이기도 하다. 문화와 예술은 돈으로 그 전부를 평가할 수 없다. 또한 문화와 예술은 일정한 기준에 의해 자로 잰 듯이 만들어져서는 안되며 또한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문화와 예술은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가 다르듯이 개성과 다양성이 중요시된다.

현재 한국영화의 맹점은 영화를 상품으로 인식하고 무조건 많이 팔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소수의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에 대해서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 다양성이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영화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예술로서 바라봐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영화 관계자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이 의식을 방해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영화인이라고는 하지만 수익창출을 목적으로하는 기업인 배급/유통사에게 영화를 상품으로 보지말라는 말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사정들로 '위기'라는 짐을 서로에게 떠넘기다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기만 했다. 내가 "한국영화, 꾀병부리지 마세요"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영화인들 스스로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직시하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영화관 한켠의 좌석을 차지하고 영화인들이 애써서 만든 '한국'영화를 고맙고 즐겁게 감상하는 한명의 관객으로써 한국영화가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픈 마음에 하릴 없는 넋두리를 해본 것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영화] - [한국영화, 꾀병부리지 마세요] 3. 스스로 자초한 일
Posted by 일보전진
Movie2007. 11. 13. 21:06
스스로 자초한 일

지난 여름, 'D-War'와 '화려한 휴가'가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D-War'의 작품성 논란을 배제하고도 두 영화의 제작규모나 관객동원 실적에 대한 관심은 끊일 줄 몰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개의 작품이 언론과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와중에 상영할 극장을 찾지 못해서 막을 내리는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그 중에는 평단과 관객들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담'의 경우에는 영화의 팬들이 상영관 확보를 위해서 인터넷에 '탄원서'를 올리기까지 했다. 어떤 잡지에는 "누가 관객을 거지로 만들었나"라는 주제의 글이 게재되었다. 관객이 영화 상영관을 구걸할 정도로 대형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였다. 스크린 쿼터의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는 이미 채우고도 남은 상태. 한국영화의 적은 밖이 아닌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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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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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된 한국영화는 총 122편.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목록을 살펴보니 역시나 듣도 보도 못한 제목의 영화가 눈에 띈다. 내가 미쳐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역시나 대중매체에 노출된 영화라면 어렴풋이라도 제목이 눈에 익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숱한 한국영화들은 다 뭐란 말인가....

또 한가지. 수십편의 이름 모를 영화들을 물리치고 언론을 통해 어떻게든 홍보가 되어 내가 감상했었던 영화들 중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영화계의 쒸레기!!'라고 내뱉을 수 있는 영화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도대체가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고 믿고 만들었단 말인가? 하고 제작자의 능력을 의심케 할 정도의 '저질' 영화들이 분명 만들어지고-개봉하였으며-결국 망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2007년 개봉한 한국영화 목록

그런데 '관람'이 아니라 '감상'인 이유? (ㅡ..ㅡ;; 알면서 왜물어? 켁!) 나 같은 놈들 때문에 한국영화가 발전을 못한다고? 그렇다면 헐리웃은 일찌감치 나가떨어지고 폐허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실정 상, 한국영화가 인터넷에 떠돌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극장가서 볼 사람이 다운받아 보려고 굳이 기다리린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기 합리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영화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빗나간 애정은 눈물 겨울 정도다.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라는 지조 높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 중 몇몇은 외국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것이 마치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몰래 들여온 것과 같은 '애국적 행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디 워'가 개봉할 당시, 내가 종종 이용하던 컨텐츠전문거래 사이트에서는 '디 워'의 흥행성공을 위해서 '디 워'에 관련된 동영상이 거래되지 않도록 팝업 공지까지 했었다. 그 사이트는 만약 '디 워'의 캠버전 영상이나 기타 관련 영상을 업로드/판매하였을 시에는 해당 회원을 엄중히 처벌을 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불법' 저작권물 덕분에 입에 풀칠하고, 주머니 부풀리는 분들께서 한국영화랍시고 한 수 봐 준 격이다.

[영화] - [한국영화, 꾀병부리지 마세요] 2. 한국영화의 위기
[영화] - [한국영화, 꾀병부리지 마세요] 4. 이제는 고개를 돌릴 때

Posted by 일보전진
Movie2007. 11. 13. 21:04
한국영화의 위기

요즘 충무로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제작환경이 열악하다, 대형배급사의 횡포가 무섭다. 배우들의 몸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그늘진 충무로의 불평도 가지각색이다.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반관객일 뿐인 나로서는 그네들의 속마음과 실상을 알 턱이 없고, 그저 제 3자의 입장에서 본 소견으로는 영화인들의 '배부른 엄살'처럼 느껴질 뿐이다.

◆ 관객 발길 끊은 하반기 극장가…한국영화 위기

◆ 한국영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나

◆ 움츠렸던 한국영화, 대작으로 재도약 노린다

◆ 한국영화 관객수 급감…점유율 50%벽 '위기'

1000만 관객 시대가 가능한 것은 영화인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작품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결국 관객의 힘이 뒤따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4500만 국민 중에서 1000만 관객이 하나의 영화를 봤다는 것은 어찌보면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전국민의 4~5분의 1이 똑같은 영화를 관람했다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전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서도 한국영화는 '배고픈' 사정임을 호소한다.

물론,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해서 한국영화 산업이 골고루 발전한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쯤이야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면, 관객의 입맛을 적당히 자극하면 얼마든지 그에 호응해 주겠다는 관객들의 자세를 말해주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한 '반지의 제왕'도 한국에서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한 뿌리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영화] - [한국영화, 꾀병부리지 마세요] 1. 한국영화의 성장
[영화] - [한국영화, 꾀병부리지 마세요] 3. 스스로 자초한 일
Posted by 일보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