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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터치(iPod Touch)와 아이폰(iPhone)을 해킹하지 않고 순정상태로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터치와 아이폰을 해킹하였을 때,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은 이미 나온 셈이다. 터치와 아이폰은 현존하는 휴대전자기기(노트북, UMPC, 핸드폰, PMP, PSP, NDS,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등)의 거의 모든 기능을 동급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터치 및 아이폰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해킹(일명 탈옥) 작업이 선행된 후에 역시 비공식으로 개발된 각종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야 했다. 때문에 수많은 터치/아이폰用 어플 개발자 및 단체는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어플을 개발하여 판매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애초부터 순수하게 무료배포를 목적으로 개발에 임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그러나 애플이 지난 3월 6일 아이폰의 SDK(Software Development Tool)를 공개하면서 일반유저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까지 터치/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고, 앞으로 터치와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이 유료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되었다.

SDK란 프로그램 개발자로 하여금 특정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제반 환경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일컬으며, 애플이 이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이후 단 나흘 만에 무려 십만 회 이상의 휴대 단말기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다운로드가 있었다. 애플은 America Online, Electronic Arts, Epocrates, Sales force.com SEGA 등 유수 회사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이미 이 SDK를 이용해 상당한 수준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하였고, YouTube에서는 게임 소프트웨어로 잘 알려진 SEGA에서 개발한 아이폰/터치용 3D 게임 "Super Monkey Ball" 데모버전 영상이 공개되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어플리케이션 유료화의 전조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iPhone SDK를 이용하여 SEGA에서 개발한 "Super Monkey Ball Demo" 시연 영상

실제로 터치 1.1.2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폰용 5종 어플(날씨, 주식, 노트, 메일, 지도)이 1.1.3버전에 추가되어 발매되면서 아이튠즈 및 애플 홈페이지에서는 5종 어플을 펌업그레이드 형식으로 유료판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값을 주고도 기존의 5종 어플이 설치되지 않은 터치를 구입한 유저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였으나 이미 대다수의 유저들이 해킹을 통하여 5종 어플을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반발의 목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애플의 정책은 한번 결정되면 번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향후 특정 어플리케이션의 유료화는 기정사실화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는 SDK를 공개한 단계에 불과하여 어플리케이션의 유료화 도입 여부와 그 시기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애플에서는 이미 외부에서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을 애플에서 필터링한 후에 판매하며, 수익금의 일부를 개발자에게 지급하겠다는 방침과 세부 수익금배분율까지 정해논 상태다. 아이폰은 단 1개의 기종으로 미국내 전체 휴대폰 판매순위 6위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대형으로 분류되는 유수의 기업들이 아이폰/터치용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다 수익사업을 겨냥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다. 이미 위험을 무릅쓰고 해킹을 감행한 수많은 유저들이 기존에 무료로 향유하던 것을 유료로 전환하였을 때에 이를 쉽게 받아들일 것인가하는 점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터치를 해킹하였을 때에 야기될 수 있는 고장을 수리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초보유저들이 해킹을 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킹을 시도-성공하여 자신의 기기에 날개를 단 유저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갑작스런 어플리케이션 유료화의 도입은 기기를 한층 더 활용하겠다는 유저들과 기존의 무료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충분히 활용도가 높았다는 유저들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일부 수익을 목적으로 야심차게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도전한 개발자들에게 좌절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유료화는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의 진출을 도모하여 양질의 어플을 유저에게 제공한다는 점과 유용한 어플을 개발한 개발자에게 일정부분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이미 무료로 공개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유료화를 도입함을로써 금전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과 유저와 개발자들의 기기에 대한 매니아적 성향과 전문화가 어느정도 고착된 상황에서 아이폰 및 터치 사용에 있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무료 어플리케이션을 유료로 전환하여 기기에 대한 유저-개발자들의 순수한 관심과 애착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소로 지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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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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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어플


애플의 정책과 방침은 이미 결정되었고, 시장의 흐름도 '유료화'의 방향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팔 걷어붙이고 머리띠를 조이며 반대를 외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애플에서 오히려 무료로 배포하는 성의(?), 혹은 양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5종 기본어플에 포함된 메일, 노트 등의 어플은 사실 유료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밖에 이미 개발되서 무료로 유통 중인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텍스트뷰어나 PDF뷰어 등의 기본적인 기능의 어플은 애플에서 공식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무료로 배포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향후 개발되어 애플측에서 돈을 주고 저작권을 사들이거나 하는 경우에도 기본적인 기능의 어플이라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기능'의 범위에 대해서는 글의 맥락을 바탕으로 포괄적인 의미로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Game, Toy류의 어플리케이션은 유료화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한가지 더 말하자면, 애플의 각국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의 적용이나 불공평한 서비스의 제공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면, 터치의 국내 판매를 시작하면서 '한글 키보드'가 제공되지 않은 점은 한국의 소비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며 도의적인 실례라고 생각한다. 한글 키보드를 만드는 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전해 듣건데 일본어 키보드의 포맷을 응용하면 그닥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고 하니 애플의 무성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 입장에서 '애플'이란 기업은 '친화적'인 낮은 자세를 가졌다기 보다는 '고압적'인 자세로 소비자를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얼굴이 예뻐서 잘나가는 '퀸카'의 콧대 높은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 비록 단편적일지라도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애플'이란 기업에 해를 끼칠지언정 결코 발전하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그들 스스로도 알고있기를 바란다.

- 덧붙인 말 -
늦게나마 한글키보드를 지원하겠다는 결정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표하는 바이지만, 애플의 이 같은 굼뜬 조치가 순수한 서비스차원이 아니라 이제서야 한국을 정식으로 마주대할 만한 '시장'으로 인식한 것에 대한 반응일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실망한다.
Posted by 일보전진